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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어 거짓말 OST (트랙 구성, 사운드 디자인, 감상평)

by 시네로그_Cinelog 2026. 6. 17.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서 OST 앨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듣는 일이 저한테 얼마나 오래만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소용없어 거짓말> OST는 그렇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솔희와 도하의 서사가 남긴 여운이 워낙 깊었던 탓인지, 앨범을 틀자마자 드라마 속 두 사람의 눈빛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트랙 구성이 드라마 서사를 따라간다는 것, 직접 들어보니 정말이었습니다

드라마 OST 앨범은 보통 히트곡 몇 곡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들어보니 이 앨범은 그런 통념을 조금 비껴갑니다. 첫 곡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감정의 흐름이 하나의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 구조를 따라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초반부는 관계의 불확실성과 내면의 혼란을 노래합니다. 서로의 정체와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두 사람의 심리가 음악으로 번역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 파트를 들을 때 가슴이 먹먹해진 건, 극 중 인물들의 감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 스스로도 과거에 누군가를 믿고 싶으면서도 경계했던 기억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청자의 기억을 건드릴 때, 그게 진짜 좋은 OST라고 생각합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 모티프(motif)가 변주됩니다. 여기서 모티프란 곡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짧은 선율 또는 리듬 패턴을 말합니다.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갈망을 담은 파트와 함께라는 연대감을 강조하는 구간에서, 초반에 등장했던 멜로디 조각들이 조금씩 형태를 바꾸며 다시 나타납니다. 이런 구성은 감상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앨범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느끼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음악 이론에서는 이를 순환 형식(cyclic form)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처음 들었던 주제가 마지막에 다시 돌아오면서 전체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레몬'이라는 은유가 담긴 선율에서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나아가려는 의지를 그 짧은 멜로디 안에 얼마나 촘촘하게 담았는지, 이 부분은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오래 반복해서 들은 트랙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의 트랙 구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반: 관계의 불확실성과 내면적 혼란 — 탐색과 불안의 감정
  • 중반: 감정적 파동과 갈망 — 관계의 어려움과 강렬한 필요성
  • 후반: 연대감과 재시도의 의지 — 레몬 은유를 통한 회복과 정서적 마무리

실제로 뮤직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드라마 OST의 내러티브 구성력이 시청자 몰입도와 재감상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운드 디자인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드라마 OST는 감정선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악 편곡을 중심으로 구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도 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지나치게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감정의 파동이 커지는 구간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스트링 어레인지먼트(string arrangement)는 현악기를 활용한 편곡 방식인데, 여기서 아쉬움이 생깁니다. 스트링 어레인지먼트란 바이올린·첼로 등의 현악기 파트를 어떻게 배치하고 쌓을지 결정하는 음악 제작의 핵심 과정입니다. 이 앨범에서는 클라이맥스마다 현악이 동일한 방식으로 올라타는 패턴이 반복되는 탓에, 각 트랙이 개별적인 개성을 갖기보다는 서로 비슷하게 들리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편곡은 한두 곡에서는 강력하게 작동하지만, 앨범 전체에 반복되면 오히려 감정의 무게감을 희석시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지점은 가사에 담긴 현대적인 텍스트 요소와 사운드의 온도 차이입니다. 가사 안에는 인터넷이나 가상공간 같은 디지털 매개체를 암시하는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텍스트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복합장르적 감수성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신스 사운드(synthesizer sound)의 활용이 거의 없습니다. 신스 사운드란 신시사이저라는 전자악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음색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가사가 21세기의 언어를 쓰는데 음악은 전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에만 기댄다면, 그 간극이 청자에게는 미묘한 불협화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컬 배치 측면에서도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좁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란 음악에서 가장 조용한 소리와 가장 큰 소리 사이의 폭을 의미하는데, 이 폭이 넓을수록 감정의 층위가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이 앨범의 보컬은 고음 위주로 배치된 경우가 많아, 정서적으로 중요한 장면에서도 음악적 대비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국내 대중음악 평론 현장에서도 드라마 OST의 장르 실험 부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대중음악상).

정리하면,

<소용없어 거짓말> OST는 드라마의 서사를 음악으로 따라가는 트랙 구성 면에서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습니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감정적 여정으로 연결되는 경험은 드라마 팬이라면 놓치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운드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더 과감한 시도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드라마의 여운을 지속시킬 음악을 찾는다면 이 앨범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음악 자체로 새로운 감각을 기대한다면, 그 부분은 다음 작품에서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Xc8de9tr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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