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사운드트랙은 인물들이 치르는 잔혹한 심리전의 무대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 완성해 내는 비범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직 꼭대기를 향해 타인의 삶을 짓밟고 올라서는 악인의 서사를 다룬 드라마 <친애하는 X>에서 OST는, 대사 이면에 숨겨진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파멸의 궤적을 소리로 시각화하는 아주 날카로운 메스로 활약합니다. 작품 속 음악들은 상대를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가두고 지배하려는 포식자의 오만한 숨결을 서늘하게 담아내는가 하면, 그 덫에 걸려 파멸해 가면서도 헌신을 다짐하는 약자들의 일그러진 사랑을 가슴 시리도록 애절하게 대변합니다. 거짓과 고통이 한데 뒤섞인 관계의 허무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운드의 텐션은, 시청자로 하여금 인물들의 숨 막히는 심리 게임에 온전히 침잠하게 만들죠. 심연의 끝에서 어둠을 걷어내고 다시 삶의 빛을 찾으려는 결말부의 여정까지, 드라마의 서늘한 서스펜스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명품 OST가 지닌 정서적 가치와 모순을 세 가지 시선으로 깊이 있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포식자가 설계한 탈출 불가능한 미로, 심리적 덫의 독성과 뼈아픈 동화의 기억
이 작품의 초반부를 감싸는 트랙들은 상대를 미로 속에 가두고 지배하려는 강박적이고 잔혹한 게임의 과정을 고스란히 서늘한 선율로 담아냅니다.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로 정의되는 지배적 심리 상태,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한발 앞서 예측하고 심리적인 덫을 놓아 숨통을 조이는 정서가 음악적 다이내믹을 통해 구현되죠. 타인에게 '미친 사람' 혹은 '죄인'이라 손가락질당하는 상황마저 기꺼이 수용하며 도리어 상대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자기 확신의 노랫말들은 청각적인 전율을 선사합니다. 자신을 '악마의 천사'라 명명하며 권력 게임의 승리를 확신하는 오만한 선율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관계의 허무함을 아주 감각적으로 포장해 냅니다.
이러한 숨 막히는 심리적 지배의 멜로디는 과거 한때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강박적인 인간관계에 갇혀, 거짓과 고통이 뒤섞인 미로 속을 헤매야 했던 저의 아픈 기억을 강렬하게 자극했습니다. 당시 상대방은 제 행동 반경을 교묘하게 통제하려 들었고, 저는 그것이 저를 향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인 줄 착각하며 상대의 세계 속에 침잠해 들어갔습니다. 주변의 걱정 섞인 경고가 이어질수록 "어둠 속에서 내가 그 사람의 구원이자 빛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모순된 확신을 품으며 제 자아를 파괴해 갔었죠. 그렇기에 "상대의 슬픔과 세상의 무게를 대신 견디겠다"는 비장한 맹세의 노랫말들이 제게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아닌, 숨이 막힐 듯한 트라우마의 독성으로 다가와 심장을 차갑게 얼려버리는 듯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파멸을 넘어선 희생적 맹세의 모순, 잔혹한 가스라이팅을 미화하는 정서적 과잉
극이 중반을 지나 파멸적인 관계로 치달을 때 흐르는 음악들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무게를 대신 견디고 어둠 속에서도 기꺼이 빛이 되겠다는 다짐은, 자아를 방어하고 투쟁하는 복잡한 내면 심리를 거대한 스트링 사운드로 감싸 안습니다. 모두가 변장한 채 살아가는 가식적인 세상 속에서 본질적인 진실과 위험한 감정의 경계를 탐구하는 음악적 서사는 판타지적인 숭고함마저 자아내며 주인공들의 얽힌 관계성을 한층 더 애절하게 밀어붙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음악이 지닌 서사적 모순이자 날카로운 비판 지점이 도드라집니다. 아진이 파놓은 심리적인 덫에 걸려 온갖 범죄를 뒤집어쓰고 스스로를 파괴해 가는 준서와 정호의 끔찍한 헌신을, OST는 지나치게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완성으로 포장해 냅니다. 가해자의 잔혹한 정신적 폭력과 가스라이팅의 결과물을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발라드 톤으로 미화하는 사운드 연출은, 극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피카레스크 장르 특유의 냉소적이고 서늘한 톤 앤 매너를 일순간에 흐려놓습니다. 사랑이라는 포장지 아래 숨겨진 파멸의 독성을 경계하기보다, 낭만적인 맹세의 선율로 감정을 과잉 수렴하게 만드는 구성은 스릴러로서의 완벽한 이성적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운 그늘을 남깁니다.
무너진 세계의 회복과 치유, 마지막 심연을 넘어 다시 삶을 활성화하는 완결의 의지
결말부로 향하는 사운드 트랙은 과거의 고통과 아픔에 마침내 완전한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정서적 연결을 시도하는 치유의 과정을 영리하게 설계해 냅니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파편화된 감정들을 모아 감각적인 열기(Heat)로 다시 삶을 활성화하려는 음악적 빌드업은 극의 마무리 단계에 걸맞은 단단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깨지고 상처 입은 자아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서로의 마음을 붙잡아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는 멜로디의 화성은, 상처 입은 마음들의 궤적을 쫓아 진실을 찾아가는 서사의 종착지와 훌륭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다행히 저는 그 무너진 세계에서 스스로 걸어나와 진실의 경계를 깨닫고 과거의 독성 강했던 고통에 작별을 고했던 치유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심연의 끝에서 다시 빛을 찾아 마지막 목표까지 도달하려는 여정을 암시하며 서사를 마무리하는 후반부의 전개는 제게 깊은 정서적 안도감과 해방감을 선물했습니다. 파멸의 잔혹한 게임 속에서 서성이던 사운드가 마침내 자아를 회복하고 삶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강한 의지의 음악으로 귀결되는 구조는, 비록 중반부의 미화라는 한계가 있었을지라도 인간의 무너진 내면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사운드트랙 본연의 입체적인 서사적 완결성을 성취해 낸 대목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